일식과 월식 이야기 — 해와 달이 숨는 날
한낮에 해가 사라지고, 보름달이 핏빛으로 물드는 신비로운 하늘의 사건. 일식과 월식은 왜 일어나며, 왜 매달 생기지는 않을까요? 태양·지구·달이 그리는 그림자의 기하학을 따라가 봅니다.
일식 — 달이 해를 가리다
일식은 태양–달–지구가 이 순서로 거의 일직선을 이룰 때, 달이 태양을 가리며 일어납니다. 달의 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워지고, 그 짙은 본영(本影) 안에 든 좁은 지역에서는 한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워지며 태양이 완전히 사라지는 「개기일식」을 봅니다.
놀라운 우연이 여기 숨어 있습니다. 태양은 달보다 지름이 약 400배 크지만, 마침 약 400배 더 멀리 있어 하늘에서 둘의 크기가 거의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작은 달이 거대한 태양을 꼭 맞게 가릴 수 있고, 개기일식 때는 태양의 대기인 진주빛 「코로나」가 드러납니다.
월식 — 지구 그림자에 잠기는 달
월식은 태양–지구–달 순서로 늘어서, 보름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갈 때 일어납니다. 달이 지구 본영에 완전히 잠기면 「개기월식」이 됩니다. 이때 달은 캄캄해지는 대신 어두운 붉은색(블러드 문)으로 물드는데, 지구 대기를 스치며 굴절된 붉은 노을빛이 그림자 속 달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월식은 지구에서 밤인 곳이면 어디서나 동시에 볼 수 있어, 좁은 지역에서만 보이는 일식보다 훨씬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왜 매달 일어나지 않을까
달은 약 한 달에 한 번 태양과 지구 사이(삭)를, 또 반대편(망)을 지납니다. 그렇다면 매달 일식과 월식이 일어나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달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공전 궤도면(황도)에 대해 약 5도 기울어 있어, 대개는 달이 태양이나 지구 그림자보다 살짝 위나 아래로 비껴가기 때문입니다.
두 궤도면이 만나는 지점(교점) 근처에서 삭이나 망이 겹칠 때만 식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식과 월식은 일 년에 각각 두어 번, 정해진 「식의 계절」에만 찾아옵니다.
두려움에서 과학으로
해와 달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옛사람들에게 큰 두려움이자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하늘의 짐승이 해를 삼킨다고 여겨 북을 치고 소리를 질러 쫓으려 했다는 기록이 여러 문명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식이 일정한 주기(사로스 주기, 약 18년 11일)로 되풀이된다는 것을 알아채고, 오래전부터 일식과 월식을 정확히 예측해 왔습니다. 두려움의 대상이던 하늘의 사건이 예측 가능한 과학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