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별자리 관측 가이드 — 대사각형과 안드로메다 이야기

페가수스 대사각형을 이정표 삼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별을 짚어 갑니다. 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그리고 하늘에 함께 걸린 왕가의 신화가 어우러진 가을 하늘 여행입니다.

가을 하늘의 이정표 — 페가수스 대사각형

가을 하늘은 밝은 1등성이 드물어 언뜻 심심해 보이지만, 대신 하늘 높이 뚜렷한 이정표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바로 페가수스자리의 몸통을 이루는 네 별이 그리는 커다란 사각형, 「페가수스 대사각형(가을의 대사각형)」입니다. 9~10월 밤 9시경 남동쪽에서 떠올라, 반듯한 사각형이 하늘에 크게 그려지면 그것이 가을 별자리 여행의 출발점입니다.

이 사각형은 뒤집힌 날개 달린 천마 페가수스의 몸통에 해당하고, 사각형 왼쪽 위 꼭짓점(알페라츠)에서 두 줄기 별이 길게 뻗어 나가면 그것이 이웃한 안드로메다자리입니다. 대사각형 안쪽은 별이 거의 없어 텅 비어 보이므로, 사각형만 찾으면 나머지 가을 별자리를 짚어 나갈 기준이 잡힙니다.

맨눈으로 보는 가장 먼 천체 — 안드로메다 은하

대사각형 왼쪽 위 알페라츠에서 안드로메다자리의 별을 두 개 건너뛰고, 거기서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흐릿한 타원형의 빛덩어리가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은하의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M31)」입니다.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이 은하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로, 지금 우리 눈에 닿는 빛은 250만 년 전 이 은하를 떠난 것입니다.

어두운 하늘에서는 맨눈으로도 뿌연 얼룩처럼 보이고, 쌍안경을 대면 중심이 밝고 가장자리로 퍼지는 타원형 은하의 모습이 또렷해집니다. 별을 짚어 찾기 어렵다면, 카시오페이아의 W에서 더 뾰족한 쪽 꼭짓점이 대략 안드로메다 은하를 가리키는 화살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W자 카시오페이아와 이중성단 페르세우스

북쪽 하늘에서는 다섯 별이 또렷한 W(또는 M) 모양을 그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은하수를 배경으로 떠오릅니다. 여름의 북두칠성이 서쪽으로 기우는 가을·겨울철에는 이 W가 북극성을 찾는 대표적인 길잡이가 되어 줍니다. 카시오페이아는 일 년 내내 지지 않는 주극성이라 언제든 북쪽 하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카시오페이아와 이웃한 페르세우스자리 사이, 은하수가 짙게 흐르는 곳에는 「이중성단(h & χ Persei)」이 숨어 있습니다. 맨눈으로도 뿌연 두 점으로 보이고, 쌍안경을 대면 수백 개의 별이 두 무더기로 촘촘히 박힌 장관이 펼쳐져 가을 하늘 최고의 쌍안경 대상으로 꼽힙니다. 페르세우스자리에는 밝기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유명한 「악마의 별」 알골도 있습니다.

하늘에 걸린 왕가의 신화

가을 하늘의 별자리들은 하나의 그리스 신화로 엮여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가 자기 딸이 바다 요정보다 아름답다고 뽐내자, 노한 바다의 신이 괴물 고래(고래자리 케투스)를 보내 나라를 위협합니다. 신탁에 따라 공주 안드로메다는 제물로 바위에 묶이지만, 마침 메두사를 처치하고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지나던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물리치고 그녀를 구해 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 — 카시오페이아, 왕 케페우스, 공주 안드로메다, 영웅 페르세우스, 천마 페가수스, 괴물 케투스 — 이 모두 가을 하늘에 나란히 별자리로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왕가의 별자리(Royal Family)」라 부르며, 대사각형을 중심으로 서로 이어 짚어 가면 하늘 위에 펼쳐진 한 편의 신화를 통째로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관측하기 좋은 때와 방향

가을철 별자리는 9월부터 11월까지, 밤 8~11시 사이에 남동쪽에서 남쪽 하늘 높이 올라옵니다. 10월 밤 10시경이면 페가수스 대사각형이 정남쪽 높은 곳에 오고, 안드로메다 은하가 머리 위 가까이 걸려 관측하기에 가장 좋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도심에서는 잘 안 보이니, 은하를 제대로 보려면 달이 없는 밤 어두운 하늘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은 대기가 건조하고 안정되어 일 년 중 별이 가장 투명하게 보이는 계절 중 하나입니다. 장마도 태풍도 물러간 맑은 밤이 잦아 관측 조건이 뛰어나고, 밤공기가 제법 서늘해지니 따뜻한 겉옷을 챙겨 느긋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Written by 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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