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상식2026-03-10

블랙홀 이야기 — 스티븐 호킹과 빛도 삼키는 별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우주의 심연, 블랙홀. 무엇이 블랙홀을 만들고, 어떻게 그 존재를 확인했을까요? 그리고 「블랙홀도 빛난다」는 것을 밝혀낸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이 아주 작은 공간에 압축되어, 중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천체입니다. 그 중력이 얼마나 센지, 우주에서 가장 빠른 빛조차 한번 빨려 들면 되돌아 나오지 못합니다. 빛이 탈출할 수 있는 경계선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부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깥 우주에 어떤 신호도 보낼 수 없습니다.

사건의 지평선강착원반
블랙홀 —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과, 뜨겁게 소용돌이치는 강착원반.

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나나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이 일생의 마지막에 초신성으로 폭발하면, 남은 중심핵이 자신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한 점으로 끝없이 무너져 내려 「항성질량 블랙홀」이 됩니다. 한편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의 수백만~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하는데, 우리은하 중심에도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인 「궁수자리 A*」가 숨어 있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검어서 보이지 않지만, 빨려 드는 가스가 사건의 지평선 둘레를 돌며 수백만 도로 달궈져 강한 빛과 X선을 냅니다. 이 「강착원반」의 빛과, 별들이 텅 빈 공간을 도는 움직임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2019년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은 이 원반에 둘러싸인 블랙홀의 검은 그림자를 인류 최초로 촬영해 냈습니다.

스티븐 호킹과 「빛나는 블랙홀」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21살에 온몸의 근육이 굳어 가는 루게릭병(ALS) 진단을 받고 몇 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휠체어와 음성 합성기에 의지한 채 반세기를 더 살며, 20세기 후반 블랙홀 연구를 이끈 최고의 이론물리학자가 되었습니다.

호킹의 가장 유명한 발견은 「블랙홀도 완전히 검지만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1974년 그는 양자역학을 적용해, 사건의 지평선 바로 바깥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끊임없이 생겨날 때 그중 하나가 탈출하면서 블랙홀이 아주 미약한 빛과 열을 방출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오늘날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 불리는 이 현상입니다.

블랙홀도 증발한다

호킹 복사의 놀라운 결론은, 블랙홀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주 조금씩 에너지를 잃으며 「증발」해, 무한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사라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속도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려서, 큰 블랙홀 하나가 증발하는 데는 우주의 현재 나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 발견은 중력(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던 두 물리학을 하나로 잇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호킹은 대중을 위한 책 『시간의 역사』로 우주의 신비를 널리 알렸고, "우리는 평범한 별의 작은 행성에 사는 고등 원숭이 종족일 뿐이지만, 우주를 이해할 수 있기에 아주 특별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Written by 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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